1978년산 와인

개취미/DRINK 2010. 7. 20. 18:17
그렇다.

나는 1978년산이다 -_-

나와 나이가 같은넘들은 뭐뭐 있나.


1.샤또 오 바타이에 [1978] Chateau Haut - Batailley


프랑스 / 보르도 / POI 타약 5 급 /
오루도뷘테지
귀중한 1978 년산 보르도 와인이다.
오루도뷘테지만의 숙성의 복잡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샤또 오 바타이에 (Chateau Haut - Batailley)는
1942 년 샤또 바타이에에서 분리되었습니다.
면적 20ha.
바타이에의 남쪽에 인접하여 있고, 바타이에보다 더 세련된 느낌이 있습니다.

정가: ¥14,000 (약194,782원*)
가격: ¥10,000 (약139,130원*)
(¥10,500세금포함) (약146,087원*)
할인율: ¥4,000 (29%) (약55,652원*)

음..무난하다 -_-


2. 로마네 콩티



드라마에서였던 것 같다. 수트를 차려 입은 한 남자가 와인바에 들어서더니 와인리스트를 쓱 한번 훑고는 로마네 콩티 한 병을 주문했다. 리스트에 적혀 있던 와인 값은 200만 원. ‘와인 한 병에 200만 원? 뭐야? 금가루라도 넣은 거야?’
나중에 확인한 사실이지만 로마네 콩티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희귀한 와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0만 원짜리 로마네 콩티는 그나마 싼 편에 속한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는 1978년산 로마네 콩티 한 병이 2만3천929달러(약 2천766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1978년 빈티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와인 한 병에 2천 만원이 넘다니, 대체 이 와인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1년에 6천 병 남짓 생산될 정도로 희귀해
로마네 콩티는 ‘본느 로마네’라는 마을의 한 포도원에서 생산하는 와인이다. 프랑스의 동쪽에 위치한 부르고뉴(버건디) 지방에는 ‘코트 드 뉘’라는 지역이 있는데 이곳에 있는 마을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본느 로마네다. 우리식으로 하면 부르고뉴는 시, 코트 드 뉘는 구나 군, 본느 로마네는 리나 동쯤이 된다.
본느 로마네에 들어서서 서북쪽으로 나 있는 작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를 만나게 된다. ‘도멘’을 우리말로 풀면 포도원쯤이 된다. 따라서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란 ‘로마네 콩티 포도원’이란 뜻이다. 로마네 콩티 포도원에서 로마네 콩티라는 와인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포도원의 총 면적은 4.5에이커(약 18.21km2)로, 그해의 기후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매년 5천∼6천 병의 와인이 생산된다. 참고로 포도가 잘 영글었던 1999년에는 6천917병이 생산되었다. 물론 값이 비싼 것이 꼭 희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로마네 콩티 포도원의 토양은 충적토로 진흙과 석회석이 많아 철분이 풍부하다. 이 포도원은 또 비스듬하게 남쪽을 향해 있어 하루종일 햇빛을 볼 수 있다. 여기에 경사진 부분의 정상에 심어진 나무들이 서쪽과 북쪽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막아 포도가 잘 영글도록 돕는다. 이처럼 완벽한 조건에서 훌륭한 포도가 재배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로마네 콩티 포도원은 포도를 늦게 수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포도원들이 수확을 시작한 지 1∼2주일이 지나서야 포도를 따기 시작한다. 포도송이가 양조장에 도착하면 일꾼들은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진 포도더미에서 썩은 송이나 덜 익은 포도를 골라낸다. 이렇게 골라진 포도송이는 발효통으로 보내져 20일∼한 달 동안 발효과정을 겪는다. 발효가 끝난 포도는 오크통으로 옮겨져 향긋한 와인으로 거듭날 때까지 긴 잠을 잔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로마네 콩티가 1년에 생산되는 양은 6천 병 안팎. 가장 싼 것도 130만 원이라니 보통사람이라면 한 달 월급을 탈탈 털어도 겨우 한 병 살까말까다. 하지만 와인애호가들은 이 와인에 한 달 혹은 몇 달치 월급을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한다. 훌륭한 감칠맛, 조화로운 균형, 응집된 복합적인 향, 매력적이고 세련된, 우아한 등등 저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최고의 찬사를 로마네 콩티 앞에 갖다 붙이기에 바쁘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로마네 콩티는 와인 그 이상이다. 그 안에는 포도송이 하나 하나를 정성스레 손질하던 농부들의 굵은 땀과 고집스레 원칙을 지키며 한 가지 일에만 매달려온 로마네 콩티 포도원의 전통이 녹아있다. 와인애호가들은 어쩌면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1978년산 로마네 콩티를 마실 수 있다면 죽어도 좋아”라고. 물론 그 비싼 와인을 마실 수 있는 확률은 아주 낮지만.


에이미가 케이블티비에서 집에 소장중인 2000만원짜리 로메나 꽁티를 자랑하듯이~ 보여준 그것.

내가 이놈보단 값어치가 있지 암~그럼


3. 샤토 트로타누아 1978

가을 날씨로 접어든 주말, 와인 동호회의 젊은 친구들 40명이 떼를 지어 MT를 떠나게 됐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둘러앉아 야외에서의 하룻밤을 기다리는 기분이란. 웬만한 스트레스는 사그라질 것이요, 새로운 에피소드가 다음 한 주 동안 동호회 게시판을 도배할 것이다. 더욱 깊은 인연이 될지 누가 알까.

불가피한 사정으로 MT 참석이 힘든 이를 위로(?)하려는 자리를 마련해 보려 했다. 이른바 ‘불참 위로 번개’였다. 호응이 많지 않아 겨우 두 여인이 참석하겠다고 전했다. 약간의 오기가 생겨 두 사람에게 와인의 참맛이 무엇인지 보여주리라 작심했다.

이윽고 저녁 무렵 찾아 온 두 명에게 대뜸 “몇 년생이지”라고 물었다. “78년인데요”, “그럼 오늘은 태어난 해에 만들어진 와인을 마시게 되는 영광의 자리가 되게 해주리라”. 두 사람은 “와인 로또”라고 환성을 지르며 태어난 해에 만들어진 와인의 출현을 고대했다.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는 그녀들의 테이블에 올린 것은 보르도 동쪽 포므롤 지역의 샤토 트로타누아(Ch. Trotanoy) 1978년생이었다.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50년 동안 와인을 담당한 마이클 브로드벤트는 이 78년산 트로타누아를 “멋진 와인이다. 입안 가득 채우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비단과 같이 부드럽고, 스위트하면서도 풍부하고, 조화로우면서 매우 맛있는 와인”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포도 품종은 포므롤의 최대 명품인 ‘샤토 페트뤼스’를 따라서인지 멜롯 90%와 카베르네 프랑 10%를 적당히 블렌딩한 것인데, 그 비율은 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트로타누아 포도원은 페트뤼스와 경계를 이루고 있어서 토양도 그와 비슷해 철분이 가득한 진흙이 주를 이루고 있다. 페트뤼스의 주인 장 피에르 무엑스(Jean-Pierre Moueix)가 와이너리 관리도 하고 있으니 페트뤼스와 사촌지간이랄까. 포도 작황이 좋은 해에는 보르도 메독 1등급에 버금가는 평가를, 평년에는 2등급 정도를 인정받는 빼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국내에 최근 선보이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92년산이 30만원대로 비싸기 때문에 애호가의 사랑이 덜 미치고 있는 형편이다.

올해 스물 일곱 살의 와인답게 코르크 위에는 ‘하얀 곰팡이’가 목화꽃처럼 피어 있었다. 차분하게 세월의 때를 걷어냈다. 올드 와인 전용 독일제 오프너를 이용해 매우 조심스럽게 코르크를 밀어 올렸다. 무사히 옷을 벗었다. 디캔터(Decanter)에 부었으나 그동안 고이 몸을 사려 왔는지 침전물도 별로 나오지 않았다. 잔에 따른 후 하얀 냅킨을 배경으로 비친 곰삭은 연갈색은 세월의 속살을 내보이는 것처럼 매우 아름다웠다. 형언하기 어려운 은은한 향이 피어나기 시작했고, 맛 또한 깊은 부드러움이 배어나는 오묘한 것이었다. 

두 아가씨는 표정 관리가 어려워졌다. 예고된 것이 아니기에 마냥 행복한 표정이었다. 주변에 있는 여러 사람과 이 올드 귀부인의 정취를 나눴다. 다들 감탄사의 연속이었다. 이른바 ‘위로 번개’는 환희와 자랑으로 가득 찬 번개로 변해갔다. ‘제대로 늙은 와인의 맛이란 이런 것’이라는 견본을 보여준 자리였다.

다음날 여러 장의 사진을 증거물 삼아 동호회 게시판에 자랑스러웠던 후기가 뜨자 시샘과 부러움의 댓글이 이어졌다. “헉, 1978년이면 나도 태어난 해인데 ‘염장 번개’로 제목을 바꿔라. 위로 번개가 아니라 염장을 지르는 자랑 번개야” 등으로 일부 회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달랬다. 여럿이 즐겼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다음에 기회를 만들자며 위로성 멘트로 마무리해야 했다.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의 하나가 이런 것이 아닌가 한다. 무심결에 모였다가 태어난 해의 와인을 만나는 행운은 행복감을 몇 배로 올려줄지 모른다. 그리고 오래도록 각인돼 와인에 대한 애착심이 더욱 두터워질 것이다. 나누는 기쁨도 생활의 윤활유가 되리라.
Posted by yangdae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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